‘최소한의 주식 공부’ 1편에서 우리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을 장기간 보유한 결과 자산의 복리 성장을 누릴 수 있으며, 이는 주식이라는 자산의 고유한 속성을 활용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자 논리적인 귀결임을 밝혔습니다.

2편에서는 ‘나’라는 투자자가 그러한 복리 성장을 누릴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복리 성장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은 무엇이며, 한 명의 ‘평범한 투자자’로서 내가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나에게 ‘확률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기저율 무시 편향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승률’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곤 합니다. ‘어차피 안 될 게임’에 참여해서 한두 번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시행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확률에 따른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려드는 행위를 우리는 ‘도박’이라고 부르죠.

평범한 한 개인이 게임에 뛰어들어서 이길 확률을 ‘기저율’이라고 합니다. 내가 남과 다른 특출난 능력이 없다고 가정하고 이 바닥에 들어왔을 때, 시행 횟수를 여러 번으로 늘린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 것인가를 따져보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입니다.

평범한 제가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국가대표로서 월드컵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아주 낮겠죠. 평범한 제가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지금부터 로스쿨 준비를 시작하겠다 했을 때,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아주 낮겠죠. 그게 기저율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는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때때로 이러한 기저율을 무시한 채 어떤 분야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기저율 무시 편향’이라고 합니다. 주식시장은 ‘기저율 무시 편향’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사람이 주식을 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고, 주식을 팔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주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저율은 됐고, 당장 내 눈앞에 급등주가 있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부유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충동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게 인간 본연의 모습이죠.

주식시장에 투자자로 참여했을 때 기저율은 어떤가요? 사실 전체 시장으로 보았을 때 승률이 그렇게 낮은 게임은 아닙니다. 투자 기간만 길게 잡는다 했을 때 (예를 들어 30년 이상) 거의 100%에 가까운 승률을 보여주는 게 주식시장입니다. 이 자료는 제러미 시겔의 《주식투자 바이블》, 혹은 홍 모씨의 《거인의 어깨 1》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주변에서는 손실을 본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요? 위 자료는 전체 시장(한국 미국 동일)에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개별 주식으로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애리조나주립대학의 헨드릭 베셈바인더(Hendrik Bessembinder) 교수가 작성한 2018년 5월 논문을 봅시다. (링크)

1926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시장에 존재한 25,3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시장의 부는 상위 1,100개 기업이 100%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상위 100개 기업만으로 전체의 50%에 달하는 부를 만들어냈습니다.

부의 창출 누적 비율(모든 기업)
부의 창출 누적 비율(상위 1,100개 기업)

미국 시장이 장기간에 걸쳐서 엄청난 부를 창출해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전체의 4%에 불과한 1,100개 기업이 그 모든 부를 일궈내었고, 나머지 96%의 기업은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거칠게 요약하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만,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심지어 거기서 또 10분의 1, 전체의 0.4% 기업이 전체 부의 절반을 일궈내었고, 나머지 3.6% 기업은 전체의 절반밖에 기여하지 못했지요.

이 자료가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개별 기업에 투자했을 때의 승률은 대단히 낮다는 것입니다. 4% 기업 중 하나에라도 투자하지 않았다면 전체 시장보다 뒤떨어지는 성과를 냈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저비용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을 성과를 냈을 것이고 훨씬 더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그게 뱅가드 창업자 존 보글이 주장하는 요체입니다.

두 번째는 복리의 대단한 힘입니다. 단지 4%에 불과한 기업의 성장이 전체의 100% 성장을 일궈냈다는 건, 복리가 누적되었을 때의 성과는 전체 인덱스를 견인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4% 기업 중 단 하나에라도 투자했다면, 그리고 장기간 보유했다면, 그 성과는 인덱스를 훌쩍 뛰어넘을 것입니다.

주식시장 전체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잘 작동한 경우) 다른 어떤 자산보다 나은 성과를 주지만(‘최소한의 주식 공부’ 1편의 결론이죠), 개별 기업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게임은 승률이 대단히 낮은 게임입니다. 그러나 승리의 과실, 즉 이겼을 때의 이익금 폭이 굉장히 큰 비대칭 게임이죠.

따라서 이 게임은 승률(돈을 벌 확률)이 아니라 비대칭적인 손익비(이길 때 얻는 금액이 질 때 잃는 금액보다 큰가)를 먹는 게 핵심인 게임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선택은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는 4%는 너무 낮은 기저율이니까 포기하겠어, 그냥 전체 인덱스펀드에 투자해서 별다른 노력 없이 높은 확률로 비대칭성을 먹겠어, 라는 거죠. 매우 합리적이고 좋은 선택입니다.

두 번째는 그 비대칭성에 희망을 걸고, 4% 중 단 하나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를 바라며 개별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겁니다. 근데 그런 기업을 잘 골라냈더라도 단기간의 변동성에 휘둘려서 비대칭성의 싹을 잘라내는 경우가 많으니 ‘최소한의 주식 공부’ 2편의 ‘자질’을 이야기해야 했고요.

평균회귀

그렇다면 그 비대칭성을 누릴 수 있는 주식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의 성장을 예측하고 장기 보유하면 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장기 보유해야만 복리 성장의 과실을 거둘 수 있는 건 맞지만(사실 이 문장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중에 복리 자체를 다룰 때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미래의 성장을 예측하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역시나, 기저율이 낮은 게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