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9] 프리미엄의 조건 ②안정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자, 오늘은 프리미엄의 조건 두 번째, 안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통 성장성에 대해서는 많이 신경 쓰지만 안정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안정은 그냥 안정일 뿐이라고 인식합니다. 방어적인 투자를 할 때 안정적인 주식으로 도망가는, 그런 개념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안정성은 의외로 프리미엄의 중요한 한 가지 요소입니다. 어쩌면 성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치평가 공식을 한번 떠올려볼까요. 1년차 2년차 3년차 쩜쩜쩜 N년차 혹은 영구 기간 동안의 이익을 쭉 나열하고 할인해서 더하는… 뭔지 다 아시죠? 이제는 쭉쭉 머릿속에 떠올라야 합니다.

‘성장’은 각 연차의 매출액 혹은 이익이 전 연차의 수치 대비 얼마나 증가했느냐를 의미합니다. 이게 커질수록 가치도 당연히 커지겠지요. 안정은 뭘 의미할까요? 전년 대비 성장성이 낮다? 그건 ‘저성장’이지요. 안정이란 미래에 이익이 깨질 가능성이 낮다는 뜻입니다.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다른 기업보다 더 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혹은 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거나요. 추정할 수 있는 항의 ‘개수’가 많아지거나 ‘할인율’을 낮출 수 있다면 성장 못지않게 기업 가치를 높게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장기간에 걸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겠죠.)

어떤 경우에 안정적이라고 부를 수 있나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기업의 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겁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려면 수요가 줄어들지 않아야 하고, 그 안에서 기업의 입지가 탄탄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재료 가격 등 외부 요인에 덜 영향을 받아야겠지요.

줄어들지 않는 수요란 게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생활 주변을 살펴봅시다. 일단 의식주부터 볼까요.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 합니다. 음식료업은 (생명공학이 기이하게 발달하지 않는 한)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은 늘 함께하게 될 겁니다. 잠자고 거주할 곳이 필요하니 건설업도 사라지지 않을 테고, 집 안에 가구도 채워 넣어야 하니 가구업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옷은 입고 다녀야 하니 의류업도 사라지지 않을 거고, 신발 가방 등 잡화류도 안 사라지겠죠. 또 뭐가 있을까요? 인류는 여가 시간도 즐길 테니 엔터테인먼트업종도 사라지지 않을 테고,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니 제약업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스마트폰도 이제는 우리 생활과 떼어놓기 어려운 전자제품이 되었죠.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좀 의구심이 듭니다. 건설업은 변동성이 심한데요? 의류회사들도 이익 변동성이 심하지 않습니까. 바이오는 전형적인 미래의 꿈을 먹고 사는 성장 산업이고요. 엔터테인먼트는 흥행사업 아닙니까.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중요한 조건은 구매주기와 고객 ‘락인’ 가능성입니다.

구매주기부터 살펴볼까요. 집은 평생에 몇 번 사지 않습니다. 주거에 대한 수요는 늘 있지만, ‘주택 구매 수요’로 한정하면 그때그때의 경기와 유동성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제약은요? 감기약이라면 계절마다 꾸준히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겠지만, 암이나 희귀 질병은 말 그대로 일생에 몇 번 없는 경험입니다. 음식은요? 매일 사용해야 하지요. 구매주기가 짧을수록 해당 업종은 더욱 안정적이게 됩니다.

‘락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용어가 어려운데, 쉽게 말하자면 ‘나는 이 제품 아니면 안 돼’라는 겁니다. 라면은 비슷해 보이지만 제품별로 취향이 크게 갈립니다. 은행이나 보험은 사실 제품 간 차이는 별로 없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가려면 상당히 피곤하죠. 통신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업은요? 이제는 온라인 쇼핑 때문에 해자가 거의 무너졌지만, 온라인이 없던 시절에는 오프라인의 ‘입지’라는 게 고객을 잡아두는 상당히 강력한 요인이었습니다.

같은 내용물이라도 ‘정기 구독’이라는 형태로 판매하게 되면, 혹은 기존 사업에 ‘정기 구독’ 서비스를 추가하는 데 성공하면 프리미엄이 확 올라갑니다. 고객이 ‘당신의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겠다’라고 선언한 격이니까요. 음원 플랫폼회사들은 음원 다운로드로는 제대로 돈을 벌지 못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추면서 제대로 된 BM을 갖추었습니다.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는 이베이와의 오랜 경쟁에서 승자의 지위를 굳히게 된 결정적 한 방이었습니다. 연예기획사들은 팬들과의 소통 채널을 유료 구독 형태로 팔면서 비즈니스에 안정성을 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투자자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회사들도 옵션을 정기 구독 형태로 팔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 와중에, 고객이 어떻게든 계속 구매할 수 있게 붙잡아둘 수 있으면서 고객이 돈을 지출하는 주기가 짧으면 해당 기업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셈입니다. (보험은 일생에 몇 번 안 가입한다고요? 보험료는 매달 내지 않습니까 ㅎㅎ)

성장하지만 안정성이 부족한 경우

앞서 안정이라는 요소는 어쩌면 성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보통 성장에 많은 신경을 쓰지만, 잘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을 못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부품이나 휴대폰 부품 사업을 한다면 한두 고객사가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단가를 ‘후려맞’기도 하고, 물량이 확 줄어들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증설 투자를 해야 하는 등 휘둘리게 마련입니다.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면 향후 3년간 이익이 매년 30%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더라도, PER 12배는 받을 수 있을지언정 20배, 30배는 받기 어렵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볼까요. 이쪽은 전형적인 흥행 비즈니스고, 핵심 인물 몇 명에 의해서 많은 것이 좌우되는 사업입니다. 특정 제품이 흥행한다 하더라도 다음 제품의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핵심 인물이 ‘사고’를 친다거나 타사로 이직을 해버린다거나 여러 일신상의 사유로 더 이상 사업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일도 생깁니다.

안정이라는 착각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안정적이지 않아 프리미엄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은 원래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생활소비재를 구매하려고 해당 제조사의 직매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건 번거로우니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제조사의 물건을 구비해놓고 파는 사업은 안정적으로 유지 가능하겠죠.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온라인 유통업이 등장하면서 이 안정적인 업을 ‘구조적으로 몰락하는’ 업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유통업의 안정성을 믿는 투자자들은 ‘그래도 이 정도면 싸’라면서 버티고 버텼지만 그 대가는 수년에 걸친 꾸준한 주가 하락이었습니다.

조선업은 사이클 산업의 대표 주자이지만 어찌 보면 안정적이라고 볼 여지가 꽤 있습니다. 글로벌리 과점화되어 있고, 그 안에서 입지는 탄탄하고, 수주 기반으로 이익이 꾸준히 나오고, 캐파는 풀로 차서 2~3년 치 일감을 받아놓고 일을 하니까요. 그러나 조선업은 어쩔 수 없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일감이 부족할 때는 서로 저가에라도 수주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일손을 놀리는 것보다는 적자수주라도 하는 게 낫거든요. 조선업에서 가장 크게 원가를 차지하는 후판은 가격 변동성이 심한데, 후판 가격은 헤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조선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저가수주를 숨길 수 있는 기법이 상당히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긴 건조 기간 중 매출을 언제 인식하느냐, 중간에 원가가 상승했을 때 누가 부담하느냐 등 계약 조건은 다양하고, 이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한 번에 한 척만 건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마진 선종과 고마진 선종을 섞어서 저가수주했던 티가 안 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한계에 부딪히면 한 번에 펑, 어닝쇼크가 나죠.

은행·보험은 사실 꽤 안정적인 산업입니다. ‘북 베이스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사업의 기반이 가지고 있는 자본인 경우에 이렇게 표현합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와서 돈을 빌려줍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고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서비스 외에도, 대출과 투자 등 북 베이스 비즈니스가 상당히 큽니다. 그런데 은행·보험보다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해서 안정적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은, 각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그 사업 양상을 장부에 얼마나 진실되게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실제 안정성이 달라집니다.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그 위험을 장부에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회사가 잠깐 동안은(그게 몇 년 정도 될 수도 있습니다만) 각광받을 수 있지만,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혹은 그런 위험에 대해서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업종 기업들의 실적이 다 같이 와장창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진실되게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오히려 이럴 때가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상각·규제 리스크 때문에 금융업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프리미엄을 못 받는 섹터 중 하나입니다.

이런 사항들은 숙련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업종들은 프리미엄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끔 모종의 이유로 이런 사업들이 프리미엄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이러한 요소를 극복할 만큼 긍정적인 요인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안정의 근본적인 문제

사실 ‘안정성이 부각되는 회사’에 정말로 프리미엄을 주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회사라는 ‘인식’이 생기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히 안정적인(= 영원히 변동성 없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없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새로운 사업자가 판을 흔들 수 있고, 원재료 가격도 급변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인건비라도 늘 상승하기 때문에 회사는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문화에 젖어 있는 회사라면, 오히려 다른 회사들보다 외부의 변화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안정적인 기업은 성장의 한계에 이미 도달해서 안정을 추구하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기가 어렵습니다. (혹은 어떤 다른 의도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걸 알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진짜 안정이란, 변화에 열려 있으면서, 즉 ‘우리는 안정적이지 않다’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계속 변화와 위험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나가는 태도에서 ‘결과적으로 주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버핏은 ‘해자’를 지켜나가는 힘의 위대함을 그렇게나 강조한 것이겠지요. 해자는 가만히 벽 뒤에 웅크리고 있는다고 공고해지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안팎을 보수해야만 공고해지는 것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프리미엄의 조건 세 번째, ‘인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프리미엄의 조건 마지막 편입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