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14] 애널리스트 보고서 읽기 ① 목표주가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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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많이들 보시죠? 네, 저도 많이 봅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읽는 건 펀드매니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워런 버핏 같은 위대한 투자자들은 증권가 보고서를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훌륭한 투자자가 아니므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읽습니다. 지금까지 아마 수만 개는 읽었을 겁니다.

그렇게 많은 보고서를 읽으면서도 제가 유독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장 먼저 찾아보는 어떤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목표주가’입니다. 영어로는 Target Price, 줄여서 TP라고도 합니다.

기업 분석 보고서의 목표주가라 하면, 왠지 ‘이 종목의 가격이 여기까지 갈 수 있다!’라는 의미로 읽히니까요. 어찌 보면 보고서의 핵심이자 최종 결론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올리거나 낮출 때마다 시장이 (간혹) 들썩이기도 하고, 때로는 (듣지 않아도 될) 쓴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업 분석 리포트를 읽으면서도 목표주가는 보지 않습니다. 애초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도 안 납니다. (사실 개별 기업의 현재 주가도 머리에 잘 안 담아두는 편입니다. 시가총액이나 차트의 모양새는 그나마 머리에 남습니다.)

왜 저는 보고서의 목표주가에 관심이 없을까요? 그리고 목표주가를 보지 않으면서 보고서는 왜 읽는 걸까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읽는 방법’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론 저만의 노하우일 뿐, 이게 반드시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

우선 우리가 알아둬야 할 일은 ‘애널리스트는 도대체 뭐 하는 직업인가’라는 겁니다. 애널리스트가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주가가 그 목표주가를 따라가길 원한다면, 증권사는 합법적인 ‘리딩방’인가요?

사실 그렇게 오해할 법도 합니다. 각종 기업, 종목에 대해 매수, 보유, 매도 추천을 하니까 이건 꼭 종목을 찍어서 사라 팔아라 하는 걸로 보이죠. (사실 그게 맞긴 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합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권 직업입니다.)

근데 이렇게 ‘종목 추천’ ‘목표가 제시’, 소위 ‘합법 리딩방’의 개념으로 애널리스트를 바라보면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가격의 미래를 누가 맞힐 수 있습니까? 투자를 수십 년 하고 살아남은 거장들도 당장 내일의 주가, 6개월 후의 주가를 맞힐 수 없습니다.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애널리스트라 하더라도 주가의 미래를 맞힐 수 없기는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매번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믿을 게 못 된다, 주가 하나도 못 맞히네’라고 욕먹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측은 못 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은 줄 수 있지 않냐고요? 애널리스트가 어떤 의견을 내는 행위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질문이지요. 예,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죠. 영향을 안 미칠 때도 있고,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죠. 이 또한 거의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보고서가 일관된 방향과 크기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믿을 게 못 된다, 주가 하나도 못 맞히네’라는 비난이 왜 나오겠습니까?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이런 관점(애널리스트는 주가를 예측하는 직업이다)은 여러 모순에 부딪힙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분석하는 게 일입니다. 분석한다는 건 뭐죠? 어떤 이벤트, 현상을 관측했을 때 구성 요소를 분해하여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추측하는, 뭐 그런 과정을 분석한다고 하죠. 쉽게 말해서 어떤 뉴스가 떴을 때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를 밝히는 직업입니다. 어떤 가수가 낸 신곡이 빌보드에 차트인했다는 뉴스가 뜨면, ‘이 가수는 원래 그 정도로 잘나가는 가수라서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신인인데 굉장히 빠르게 차트인을 달성했습니다. 근데 요즘에 KPOP 아티스트가 대체로 이런 추세입니다’ ‘원래 인기가 많고, 국내 앨범 판매량에 집중하느라 월요일에 신곡을 냈는데, 이번에 빌보드 차트인을 노리고 금요일에 신곡을 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정보들을 취합해서 최종적으로 가격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추론하고 베팅에 나서는 일은 투자자가 하는 일입니다. 그것조차 하지 않겠다면 스스로를 투자자라고 부를 이유가 있나요?

한마디로 애널리스트의 일은 분석이고, 투자자의 일은 베팅입니다.

베팅을 하기 위해서는 분석 과정이 필요하고, 분석 과정을 도와주는 게 애널리스트의 일입니다. 주가를 맞히는 건 애초에 애널리스트의 업무 영역이 아닙니다.

애널리스트의 생리

그럼 목표주가는 대체 뭔가요? 주가를 맞히는 게 애널리스트의 업무가 아니라면서 ‘목표’‘주가’라는 말은 왜 있는 거죠? 영어로 명확하게 ‘target’ ‘price’니까 번역 오류도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관행이 굳어졌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추측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에게 어떤 의견을 제시합니다. 최근 소비 동향이 어쩌고 물동량이 어쩌고 수출 데이터가 어쩌고 등등. 펀드매니저가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뭐 사요?’ 애널리스트는 대답합니다. ‘제 탑픽은 A기업입니다.’ 그럼 또 물어보죠. ‘어디까지 보세요?’ ‘지금 가격 대비 40% 정도 업사이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 좋네요. 사야겠다.’

음… 저는 이런 식의 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실제로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대화입니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며, 당연히 그 의견을 듣는 ‘고객’을 가지죠. 고객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펀드매니저가 있습니다. 고객에게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은 대체로 고객이 무엇을 물어보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합니다. 많은 고객이 ‘얼마까지 보세요?’라고 물어본다면 ‘얼마까지 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 대답이 실제 영향력이 있든 없든 간에요. 고객이 ‘얼마까지 보세요?’라고 물어봤는데 ‘그건 당신이 알아서 판단해야죠’라고 대답한다면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겠죠.

애널리스트는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 직업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러해야 하지만) 실상은 온갖 ‘아는 것 없는’ ‘돼먹지 못한’  고객을 상대하며 지식을 알려주고 의견도 제시해주는 그런 업입니다. (모든 고객이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잖아요. 한두 명의 진상 손님이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거.)

이런 업을 하면서 애널리스트는 약간의 모순적인 상황에 노출됩니다. 본인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되, 너무 독특하면 안 되는 거죠. 모두가 ‘예스’라고 외칠 때 혼자 ‘노’라고 외치면, 일단 주목은 받겠지만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본인의 판단이 틀리면 그걸로 아웃이고, 판단이 맞았다 하더라도 ‘감히 노를 외치다니’ ‘너 때문에 주가 빠졌잖아’ 이런 비난을 받습니다. 모두가 ‘노’라고 외칠 때 혼자 ‘예스’라고 외쳐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단이 맞으면야 영웅이 되겠지만, 틀리면 역적이 되죠. ‘너 믿고 이 주식 샀는데 왜 계속 빠지기만 하냐, 책임져라.’ (책임을 도대체 애널리스트가 왜 집니까? 투자한 본인이 져야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람은 스스로를 투자자라고 부를 자격이 없습니다. 애널리스트가 책임져야 할 영역은 분석의 합리성과 객관성, 근거 자료의 신빙성과 투명성 등입니다.)

목표주가 산정 과정

자, 그럼 이런 맥락에서 목표주가라는 녀석을 되돌아봅시다. 목표주가는 어떻게 산출될까요?

흔히 상상하는 목표주가 산출 과정은 이렇죠. 정보를 수집하여 기업을 분석합니다. 미래의 재무제표를 모델링합니다. 가치평가 툴에 수치들을 집어넣습니다. ‘적정가치’가 뿅 하고 산정됩니다. 이제 이 ‘적정가치’를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적정주가’가 됩니다. 이게 곧 목표주가겠지요?

그렇지요?

아, 아니야..?

응, 아니야…

일단 그렇게 산출한 ‘적정가치’라는 게 정말 적정한지는 차치하고요. (2월 글 ‘‘싸다’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참고)

어떤 주식의 현재 가격이 1만 원이라고 합시다. 정말 진심을 다해 산출한 적정 가격이 3만 원이라고 합시다. 현재 가격 대비 200%의 업사이드가 있죠. 이렇게 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을까요?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13,000원, 15,000원 정도의 목표주가를 내놓은 상태인데요? 혼자서 너무 높게 외쳤다가 뭐라도 잘못되면 온갖 욕을 혼자 다 먹습니다. 혼자 먹을 뿐 아니라 팀에도, 리서치센터 전체에도 피해를 줄 수가 있어요. (반대 방향은 더 심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만 원은 너무 비싼데, 7,000원이 적정한데, 라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면, 그걸 그대로 보고서에 쓸 수 있을까요? 차라리 보고서를 안 쓰고 말죠.)

이렇게 ‘진심’ 적정가가 너무 높을 때는 (자의든 타의든) 목표주가를 한참 낮춰서, 현재 가격 대비 적당히 높은, 그래도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가격대보다는 좀 높은, 이를테면 15,500원? 정도가 찍힌 보고서가 발간됩니다. ‘내가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어필을 하면서도 너무 눈에 띄지는 않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크게 욕먹지는 않을, 그런 값이 나가는 거죠.

물론 아무 근거 없이 이렇게 수치를 낮출 수는 없습니다. 실적 전망을 좀 더 보수적으로 잡고, 밸류에이션 툴에서도 좀 더 낮은 값이 나올 수 있도록 몇 가지 인풋 값을 조정합니다. 이를테면 피어(경쟁사) 중에서 멀티플이 좀 더 낮은 회사를 더 추가한다거나, 피어들 대비 디스카운트를 좀 더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내보이고 싶다면, 보고서에 ‘보수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상당한 저평가’ 등의 문구를 넣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어떻게 하죠? 그제서야 보수적으로 낮췄던 모델을 수정하면서 목표주가를 조금씩 상향합니다. ‘사실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야’라는 느낌의 보고서가 나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아름다운 이유로 목표주가가 상승하는 건 아닙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목표주가와의 갭이 줄어서, 모든 애널리스트는 업데이트된 리포트 발간 압박을 받습니다. “이거 목표주가에 거의 붙었는데, 그대로 둘 거야? 그대로 둘 거면 홀드로 의견을 낮추든가, 바이 의견을 유지하려면 목표주가 올려야지?” 이런 대화가 오가죠.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대화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만약에 ‘저는 아무래도 이 가격이 부담스러운데요. 이제 다 온 것 같은데요’라고 솔직히 말하면서 투자 의견을 하향한다고 해봅시다. 그럼 또 난리가 나요. 매도 보고서를 쓴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가 납니다. 그러니 예의상 약간의 갭, 이를테면 현재 주가 대비 15~20% 정도의 업사이드가 있는 목표주가를 산출한 보고서가 나옵니다.

이런 연유로, 목표주가가 먼저 높게 제시되고 주가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주가가 올라간 다음에 목표주가가 거기에 ‘떠밀려서’ 슬금슬금 상승하는 현상이 일반적으로 관측됩니다.

가격이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한창 오르고 있을 때는 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걸 솔직히 뱉을 수는 없습니다. (행간에 숨어 있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업사이드를 소진’ ‘추가 성장동력이 필요’ ‘내년(혹은 내후년)의 성장을 기대’ 등등 뭔가 불편한 내색을 하는 문장들이 나오곤 합니다.) 그러다가 가격이 빠지고 나면 ‘그럼 그렇지’ 하면서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되죠.

이러니 어떻습니까.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목표주가’라는 녀석이 가격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을까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저 현재가 대비 적당한(20~50% 정도) 갭을 두고 ‘후행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할 뿐인 거죠. 누군가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이러한 전반적인 업의 생리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므로 목표주가가 주가 예측력이 없다고 비난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원래 그런 겁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목표주가라는 하나의 개념에만 집중하여 단순화한 과정입니다. 실제로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간 과정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절차들이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분들은 열심히 일하고, 진심을 다해 좋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합니다. 오늘 한 이야기는 단지 ‘목표주가’만을 보고 보고서의 질을 운운하는 게 투자를 잘하는 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필요 없는 ‘목표주가’를 배제하고 우리는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무엇을 보고 유익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뿅.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