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은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넘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ESG 평가도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ESG 평가를 초과하기 어렵다. 이것이 최근 국가에 대한 ESG 평가(소버린 ESG 평가)가 시작된 배경이다. 필자는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국가 ESG 평가 방법론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유럽에서 어느 나라가 ESG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을까? 한국과 일본의 등급은 어느 수준일까?


경제 활동에서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Social), 거버넌스(Governance)가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지속가능한 투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가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먼저 지난 15년간 ‘유엔의 책임투자 원칙(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산 보유자들과 자산 운용가들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

최근에는 개별 기업의 ESG 평가를 넘어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ESG 평가(소버린 ESG 평가)가 시작되었다. 특히 무디스, S&P, 피치와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존의 정부 신용평가 등급에서 ESG 요인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하부 요인으로 ESG 평가 등급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이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국가에 투자할 때 정치사회적인 요인들을 주의 깊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책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을 설립한 이안 브레머는 ‘J커브’라는 개념으로 정치사회적인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이 중요한 투자 리스크라고 분석한 바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정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사회적 리스크와 정부의 거버넌스(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는 완전히 다르다!)를 분석했고, 국가별 등급을 평가할 때 일정 부분 고려했다. 따라서 해당 국가의 정치 제도적 투명성을 분석하는 중요한 요소로 법치, 정부의 효율성, 언론의 자유, 부패 등의 이슈를 다루곤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후변화 리스크를 중심으로 한 환경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사회적 리스크와 거버넌스도 좀 더 분명하게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소버린 ESG 평가 방법론과 이슈를 소개하고 최근 현황, 향후 국가신용등급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소버린 ESG 평가

① 소버린 ESG 평가: 무디스, S&P, MSCI

소버린 ESG 평가를 제시하거나 고려한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무디스와 S&P가 있고 일반 금융 인덱스회사는 MSCI가 있다. 무디스와 S&P는 정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에도 ESG를 중요하게 고려하기로 하고 ESG 등급을 제시했다. 그중 평가 방법론과 등급 체계를 공개한 무디스는 2021년 1월 모든 평가 국가의 ESG 점수를 발표했다. 무디스는 2019년 4월 독립 ESG 리서치회사인 비지오 아이리스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면서 소버린 지속가능성 등급 프로필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무디스의 발행자 프로필 점수(Issue Profile Scores, 이하 IPS)는 ESG 요인에 대한 노출을 측정하는 반면, 신용 영향 점수(Credit Impact Scores, 이하 CIS)는 해당 국가의 ESG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측정한다. ESG IPS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에 대한 몇 가지 핵심 포인트를 제시한다. ESG CIS는 1등급 긍정적(Positive), 2등급 다소 낮음(Neutral to Low), 3등급 다소 부정적(Moderately Negative), 4등급 부정적(Highly Negative), 5등급 매우 부정적(Very Highly Negative)으로 나뉜다.

ESG IPS 평가 항목

출처: Moody’s,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ESG CIS는 정부신용등급과 87%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정부는 이미 환경 및 사회적 위험, 정치 체제의 안정성 등에서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및 사회적 위험, 거버넌스 리스크의 중요성을 공통적으로 반영하지만, ESG CIS와 정부신용등급이 같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가장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무디스의 소버린 ESG 평가 방법론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S&P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국가기관의 질과 정부 효율성을 평가할 때 ESG 요소를 약 25% 비중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신용평가사들과 마찬가지로 ESG 평가에서 ESG 프로필과 ESG 준비도를 합산한다. 리스크 아틀라스(Risk Atlas)를 통해 ESG를 분석하는데, 소버린 측면에서는 지역의 자연재해 리스크, 사회적 기준, 정부 거버넌스 등을 평가한다.

S&P 소버린 평가 체계

출처: S&P,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ESG 등급은 1등급(노출 낮음)~6등급(노출 높음)으로 나뉘고 1~2등급은 우수, 3~4등급은 보통, 5~6등급은 취약으로 분류한다. 국가별 거버넌스 등급을 보면 우수 등급이 14%, 보통 등급이 33%, 취약 등급이 53%로 취약 등급 비중이 높으나 국내총생산(GDP) 가중으로 하면 선진국 비중이 높아 우수 등급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MSCI에서는 2012년 1월부터 MSCI ESG 국가 등급을 발표해왔다. 평가 대상을 AAA~CCC의 7단계로 나누어 선도 주자(Leader), 평균(Average), 후발 주자(Laggard)로 구분하고, 평가 요소는 무디스와 유사하게 ESG 리스크 노출 규모와 세부 항목별 관리 정도다.

MSCI의 ESG 평가 단계

출처: MSCI,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MSCI 정부 ESG 평가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