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의 앤트파이낸셜은 공표된 상장이 취소되었고, 디디추싱은 상장 취소 위기이며, 신둥팡 등 교육 기업은 사교육 금지 규제로 도산 위기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유지가 중국 정부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생활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취업난, 계층 간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이 본격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사건들이 주는 시사점은 ‘중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해서 규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량 기업 주식을 사라’이다. 중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이익과 현금흐름이 일치하는 신뢰성 있는 기업을 선정해야 하고, 아울러 지수 펀드가 아니라 규제 가능성이 적은 소수 우량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향후에도 민간 기업 규제와 국유화 작업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길거리, 학교, 사무실 등에서 다음 구호를 자주 볼 수 있다.
“공산당의 말을 따르고, 공산당의 은혜에 감사하고, 공산당과 함께 영원히 간다.”
중국 투자는 공산당의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투자하려면 공산당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위 구호는 공산당의 현 위치를 짧지만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최근 알리바바 주가 하락과 디디추싱(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상장을 둘러싼 사태 역시 이것으로 근본 원인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대다수 중국인에게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연령이 낮은 세대일수록 충성심이 강하다.
지난 7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개최되었다. 그 중심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있다. 뜨거운 여름 낮에 군중이 7만 명 이상 동원되었고 시 주석은 무려 1시간 5분에 걸쳐 꼿꼿이 서서 연설했다. 중국에서는 지도자의 이러한 행동이 철저히 계산되어 이루어진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어린 학생들의 공산당 충성 맹세와 감동에 벅찬 군중이었다. TV로 반복 방송되어 거의 모든 중국인이 보았다고 보면 된다. 이날 행사에 대해 중국 잡지 기자가 “한 편의 공포스러운 장면이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했다가 젊은 네티즌 다수의 비난을 받고 계정이 폐쇄되었다. 현재 중국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쉽지 않은 분위기이고 지식인들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은 흥분한 어조로 “중국 인민은 어떠한 세력이라도 중국을 업신여기거나 압박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으며, 만약 그러한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만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 세계에 중국식 사회주의 이념을 확대하겠다고 선포했다. ‘전랑외교’도 시 주석의 방침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전랑(战狼, 늑대 전사)〉 영화는 특수부대 출신 병사가 외국과 중국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을 소탕하고 중국 국민을 구한다는 줄거리인데,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서 2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며칠 후 디디추싱이 미국에 상장했고 곧바로 중국 정부의 국가 보안 수사를 받게 되었다. 디디추싱은 네티즌으로부터 중국을 팔아먹은 매국노로 매도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중국에서 필수소비재와 같은데, 이러한 기업조차도 정부의 방침에 어긋나면 가차 없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디디추싱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상장 철회하고 잠시 조용히 있다가 홍콩이나 상하이에서 상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다른 기업에 합병되거나 국유화되는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되더라도 디디추싱 투자자의 손실은 피할 수 없다.
월가와 투자자도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인데, 중국의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 정부 집권 이후 국수주의 정책을 꾸준히 집행하고 있다. 이번 일련의 사건은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뿐이다. 예를 더 들면 중고등학교 필수과목이던 영어가 국가주석의 지시로 필수과목에서 삭제되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중국인의 약점을 기술한 문학 작품 역시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다. 이러한 애국주의의 핵심은 10대, 20대, 30대다. 이들은 40대 이후 세대와 달리 미국을 동경하지 않도록 배웠고 미국 등 서방 국가 유학에도 별다른 메리트를 못 느낀다. 중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중국이 크게 베풀어서 세계가 부유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중국 세대별 특징과 투자 시사점
중국 정부의 지분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
마윈은 앤트파이낸셜의 상하이 상장 취소 전까지 재물의 신으로 추앙받았고 중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인민의 피와 땀을 훔친 인간으로 매장되어버렸다. 그는 현재 고향 항저우에서 골프장만 출입하면서 철저히 칩거하고 있다. 그 원인과 중국 투자자가 알아야 할 시사점을 찾아보자.
알리바바 주가 추이(2014~2021)
마윈은 1964년 항저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1999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18인과 동업으로 자기 아파트에서 창립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교사와 교수 모두 급여가 작다고 무시되는 직업군에 속한다. 마윈은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고 아내의 도움으로 간신히 알리바바를 창업해 운영했다. 알리바바 창업 당시 중국 정부는 인터넷이 중국 사회 체제 유지에 커다란 방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을 전혀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윈, 마화텅 등이 만든 인터넷 수단이 사회를 통제하기에 좋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하고서 적극적으로 체제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둘 다 케이맨 제도에 본점을 두고 있다. 지분 구조는 너무 복잡해 일반 투자자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경제 개방 이후 두 차례 국영 기업을 민영화했다. 지금은 다시 민영 기업의 국유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근본 기조는 사회 체제 유지가 최우선 순위이니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유지라는 전제에서만 자본가의 이익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