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고퀄 서한’을 전해주는 남자
[화제의 인물] 변영진 인디벤처스 대표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사람만 볼 수 있는 편지가 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복잡한 뉴스부터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의 이야기까지 절로 눈길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의 삼라만상을 몇 페이지에 담아내는 사람은 수년간 시장을 이겨온 쟁쟁한 펀드매니저다. 바로 수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투자자 서한이다.

이 비밀스러운 서한을 하나하나 번역해서 공개하는 이가 있다. 전문 번역가도, 금융회사 직원도 아니다. 필명은 ‘generalfox’. 투자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노마드 투자조합’의 투자자 서한을 번역한 변영진(36) 씨다.

그는 수백 쪽 분량의 서한 번역본을 전부 공개한 데 이어,독자의 주문을 받아 독립출판 방식으로 제작한 책자 3,000부를 완판했다. 책 값은 배송비를 포함해 권당 1만 원. 종이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책은 결국 출판사의 눈에 들어가 정식 출간되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바다 건너 투자자들의 비공개 서한을 손수 번역하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독립출판 수익금을 포함해 번역 인세 일부를 기부한 그는 최근 약 500쪽 분량의 ‘비즈니스 오너 펀드 투자자 서한’ 번역본도 무료 공개해서 다시 화제가 되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출판 이후 번역자에 대한 소문이 투자업계에서 무성했습니다. 취미로 이 정도 수준의 번역을 하는 게 흔치 않으니까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지금은 창업하는 분들의 출발과 성장을 돕고 투자도 하는 인디벤처스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업을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분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드리기도 하고 같이 일하기도 하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투자도 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이렇게 투자가 곧 제 사업이니, 사업 공부도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 콘텐츠를 틈틈이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본업은 사업이네요.

첫 창업이 2010년 11월이었습니다. 이해에 군대를 제대하고 곧바로 창업했죠. 같이 수업을 들으며 만난 형들과 의기투합해서 소셜벤처를 위한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5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사회공헌과 ESG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눈길을 끌기 시작했거든요. 그렇다면 한국에도 결국 소셜벤처가 등장할 것이고, 아직 태동기도 아닌 지금 무언가를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거죠.

어떤 사업을 했나요?

사실 처음에는 소셜벤처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는데, 시작도 못 하고 해산 위기를 맞았어요. 당초에 한 대기업이 투자하겠다고 해서 준비하던 중에 투자가 무산되었거든요. 해산까지 고민하다가 사업 방향을 소셜벤처 컨설팅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사회적 기업과 대기업 사회공헌재단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이런 비즈니스의 성과를 평가하고 키울지는 고사하고 소셜벤처의 개념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거든요. 해외 소셜벤처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에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해주는 일도 했습니다.

지금의 ESG 컨설팅이군요.

이제는 개념이 ESG나 임팩트 투자로 자리를 잡았죠. 당시에는 소셜벤처 사업을 하는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대기업이 투자하려면 재무적 수익 일부를 포기한 대가로 얻는 사회적 성과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소셜벤처 기업은 그러한 성과, 심지어 중요한 데이터 지표를 규명하고 측정하며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셜벤처가 창출하는 사회·환경적 성과를 정량 분석한 리포트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으로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때 꽤 다양한 기업을 접하고, 성과의 바로미터가 되는 데이터 지표를 연구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수집하며 기업 가치평가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투자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투자도 받아봤고 또 다른 소셜벤처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사업을 했나요?

첫 회사에서는 그런 컨설팅과 평가 사업뿐 아니라 아주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습니다. 반값 문제집 사업도 진행했고, 2013년에는 처음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었던 코워킹 스페이스도 결국 오픈했죠. 그렇게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 5년간 일하다가, ‘진짜’ 제품이나 서비스 사업을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에 퇴사했습니다.

함께 퇴사한 이들과 디자인 칫솔 사업을 했죠.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칫솔을 새로 디자인하고 OEM으로 제조해서 판매했습니다. 칫솔모와 손잡이가 분리되는 형태였고 사실 칫솔모 구독 사업으로 나아가려는 포석이었어요. 안타깝게도 능력이 부족해서 그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4년간 열심히 판매하면서 수출, TV 드라마 PPL, 해외 전시회 참가 등 제품 사업이 해볼 만한 것은  거의 다 해봤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근본적인 결함을 결국 해결할 수 없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진 못했어요. 다행히 러시아 바이어에 사업권과 지적재산권을 양도하면서 엑시트(exit)를 했습니다. 부채를 모두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어쨌든 기업의 한 사이클을 다 겪어봤네요.

그 후에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의 공동 대표로 잠깐 있다가 나와서, 개인 투자를 하고 사업도 하며 투자서 번역도 하는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 변영진 씨의 커리어는 ‘기업’과 뗄 수 없었다. 기업이 실제로 움직이는 원리, 즉 경영을 고민하면서 한편으로는 ‘적절한 가치’에 생각이 미쳤다.

학생 때 창업하고 경영학을 배웠으니 투자도 일찍부터 잘했겠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투자도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투자자로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 투자에 관심을 두긴 했어요. 제대로 투자해보자 생각해서 한 학기 휴학까지 했죠. 그런데 단기 수익이 기대처럼 나오지 않았고, 야심 차게 지원했던 학교 투자 동아리도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투자에 관심을 끄고 열심히 놀다가 입대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투자자 서한을 번역하는 일도 공부의 과정인가요?

맞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해외 자료를 연구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게 처음 했던 사업의 경쟁우위이기도 했고요. 소셜벤처 컨설팅 사업을 하게 된 것도 당시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 창출(CSV)’ 논문과 J. P. 모건 리포트 등의 덕을 많이 봤어요. 해외 자료를 읽으면 단번에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여러 번 읽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아예 번역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 번역가는 번역하려고 읽을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공부하려고 일부러 번역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왕 번역한 김에 블로그에 공유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이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많은 자료 중에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고른 이유는 뭔가요.

번역을 하려고 고른 건 아니었죠. 처음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접했어요.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생각의여름’(‘노마드 투자자 서한’ 공동 편역자)이 해외 투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자료라고 보내줬죠. 투자자 서한은 투자자에게만 발송되기 때문에 비공개 자료거든요. 그런데 워낙 펀드 수익률이 좋고 명성도 커지다 보니 이른바 ‘해적판’이 돌아다녔어요. 부정확한 자료가 많아지자 원저자, 즉 노마드 투자조합의 펀드매니저였던 닉 슬립과 콰이스 자카리아가 아예 전문을 온라인에 공개했습니다. 제가 본 게 이 자료였고요. 잘 정리된 13년 치 서한을 읽고 정말 감명받았어요. 그래서 여러 번 읽다가 결국 번역까지 했죠.

노마드 투자조합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가요.

지금은 조합이 해산했습니다. 2001년 설정한 후 딱 13년간 운영하고 해산해서 더 전설적인 존재로 남았죠. 이 기간 누적 수익률이 921%, 연 복리 수익률은 21%였습니다. 나아가 코스트코에 투자하며 이론화한 ‘규모의 경제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당시 떠오르는 기업이던 아마존 투자로까지 확장한 선구자입니다. 투자자 대상 서한으로 가장 유명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상장사이지만, 노마드 투자조합은 폐쇄형 펀드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비밀스러운 투자 여정이 담긴 자료는 오로지 이 투자자 서한뿐입니다. 두 펀드매니저가 쓴 책도 없고,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은퇴했거든요.

한국에선 투자자 서한이 익숙하지는 않아요. 일반적인 투자 관련 책과 다른 매력이 뭘까요?

시간이 지나서 과거를 회고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게 매력이에요. 옛일을 되돌아볼 땐 편향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왜곡 또는 미화되기도 하고요. 10년도 더 지난 일을 정확하게 떠올리기는 쉽지 않거든요. 전설적인 투자자라도 회고록은 이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자 서한은 쓸 때 당시의 고민이나 판단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닉 슬립과 콰이스 자카리아가 위기를 맞았을 당시에 어떻게 상황을 판단했고 어떤 기준으로 대응했는지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어요. 이런 생생함이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으니까요.

지나고 보면 잘못이라고 드러난 대응도 담겨 있겠군요.

2008년 금융위기처럼 큰 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더욱 혼란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누구든 정보를 완벽하게 갖고 결정을 내릴 순 없잖아요.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죠. ‘노마드 투자자 서한’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논리와 조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지를 알기에 좋아요. 저는 투자뿐 아니라 사업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판단을 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하나의 교재처럼 고민스러울 때 펴보고 공부하기 좋은 자료입니다.

13년 치 서한을 읽다 보면 투자조합의 변화도 눈에 보이겠네요.

노마드 투자조합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 바로 그 부분이에요. 펀드 설정 후 초기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치투자’를 강조합니다. 투자 대상 기업도 20여 개로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 전략이 진화합니다. 이른바 ‘성장주’에 투자하는 비중도 늘어나고요.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종목도 5개 정도로 줄어들어요. 즉 퀄리티 투자와 집중투자로 옮겨온 거죠. 이렇게 진화하는 과정이 서한에 녹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전설적인 투자자를 몇 개의 문장 혹은 단어로 이해하려 한다. 그들이 마법 같은 단 하나의 전략을 찾았고 이를 이용해 성공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70여 년을 투자한 워런 버핏이 단지 저PBR, 저PER 주식을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의 가치투자로 성공했다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많은 전설적 투자자의 공통점은 쉼 없이 공부하면서 철학을 발전시키고, 때로는 자신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은 투자 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진화해왔는지를 그대로 담았다.

번역 인세를 기부한 배경도 궁금합니다.

자발적인 기부입니다. 독립출판 프로젝트는권당 겨우 1만 원(배송비 포함)을 받고도 수익이 남았습니다. 투자업계에서 은퇴한 후 자선재단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는 슬립과 자카리아가 서한 원문을 공개한 것도 그러한 자선적 기부에 동참하기를 독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저와 ‘생각의여름’도 동참했습니다. 이후 정식 출간이 되었을 때도 번역 인세 전액은 아니지만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이번에는 기부금을 활용할 방법을 직접 기획할 수 있는 지정기탁 방식을 활용했죠. 아동 양육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보호 연장 아동 중 대입을 앞둔 5명의 학업 지원비로 쓰이게 됩니다. 또 《노마드 투자자 서한》 48권을 전국 대학생 투자 동아리에 증정하기도 했고요. 제가 휴학하고 투자 공부하던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지금 훨씬 더 좋은 투자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아쉬움을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노마드 투자자 서한’은 출판까지 마쳤고 요즘은 어떤 자료를 공부하고 있나요.

테리 스미스의 《퀄리티 투자, 그 증명의 기록》을 감수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비즈니스 오너 펀드’의 투자자 서한을 모두 번역했습니다. 2008년 로버트 비널이라는 펀드매니저가 비즈니스 오너 펀드를 설정했습니다. 이름처럼 주주가 소유주(owner)의 마인드를 갖고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동업자를 고르듯 훌륭한 경영진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투자업계의 여러 구루를 접하면서 저는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제 삶의 궤적과 맞닿아 있고 적합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본업이 사업이기 때문에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생각이에요. 투자를 공부하면 궁극적으로 기업 경영과 똑같아지더라고요. 투자 공부를 하면서 제 사업 결정에도 도움을 얻고, 또 사업을 하면서 깨달은 점을 투자할 때 활용하곤 합니다.

좋은 투자자와 사업가가 비슷하다는 의미인가요?

비슷한 것을 넘어 최고 수준에 이른 투자자와 기업가는 사실 똑같이 생각한다고 봅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닉 슬립은 제프 베조스가 사업이 아니라 투자를 했어도 성공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해요. 아마존의 투자자들에게 쓴 서한도 읽어보면 정말 훌륭한 투자자의 관점을 느낄 수 있고요. 결국 기업도 좋은 사업을 발굴해서 자본을 적절히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결과를 내는 일이거든요. 제가 대학 때 취업하지 않고 창업한 것은 저라는 자본을 소셜벤처 사업이라는 곳에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사람을 채용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투자할 때 필요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투자는 사업과 다르지 않다. 아니, 둘은 결국 같은 일이다. 사업을 하면서 개인 투자도 하고 투자서를 번역하기도 하는 변 대표는 강조했다. 투자로 시작해서 사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 인터뷰는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사업에 스스로를 투자했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그런 관점에서 삶을 돌아볼 때, 가장 잘 매수한 게 뭔가요.

영어 같아요. 고등학생 때 막연히 유학 가고 싶다는 생각에 국제고를 갔거든요. 결국 유학은 못 갔지만 일찍부터 영어를 접하면서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처음 창업할 때도 해외에서 먼저 자리 잡은 소셜벤처의 개념을 들여오면서 시작했으니까요. 지금 하는 번역도 그렇고 제가 해온 일은 비유하면 ‘지식 수입상’의 역할에 가깝다고도 생각해요. 물론 전업 번역가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글만 골라서 즐겁게 번역할 수 있고요. 이런 활동 덕분에 여러 훌륭한 투자자의 글을 접하고 번역서까지 낼 수 있게 됐으니 영어 공부는 잘한 ‘저점 매수’였어요.

투자와 번역, 사업까지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서한을 쓴다고 하면 어떤 내용을 강조하고 싶은가요?

말과 삶이 일치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가치투자부터 성장주, 퀀트 투자까지 세상에는 여러 투자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습니다. 전략은 다르지만 존경받는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관성 있게 산다는 겁니다. 입으로 뱉은 원칙과 투자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가치투자자라고 하는 사람은 실제 투자도 이를 따라서 하는 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주 투자자라고 하는 사람은 또 그런 방식으로 투자해야겠고요. 물론 하나에만 천착해서는 안 되겠지만 언행일치의 비중이 어느 정도 높아야겠죠. 투자업계의 구루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투자와 삶이 하나의 철학으로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저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일관성 있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결국 투자 공부도 삶을 살아가는 철학을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향후 계획과 목표도 듣고 싶습니다.

우선 제 본업에서는 근 1년째 함께하고 싶어 구애 중인 곳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장성이나 확장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업종은 아니지만, 창업자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정말 놀라운 실력에 매료되었죠.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공동 번역하고 있는 애스워드 다모다란의 《Investment Valuation》을 올해 말까지 잘 끝내야겠죠. 제 개인 투자에서는 가치평가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제 경험을 통해 세운 나름의 퀄리티 기준에 부합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대상은 상장기업일 수도 있겠고, 제 사업에서 함께하는 창업자일 수도 있겠죠. 그들을 통해 저도 학습하면서 제 자신의 퀄리티도 계속 가꾸고 싶고요. 사업 초기에는 항상 규모와 확장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그와 반대로, 즉 규모보다는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 글: 남궁민 _ 전 중앙일보 기자. 지금은 컨설팅회사에서 IT, 플랫폼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삼프로TV’와 ‘MBC 손에 잡히는 경제’ 등 방송과 기고를 통해 경제, 기업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사진: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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