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버크셔 주총 참관기 1보] 어쩌다 마주친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2024년 주주총회가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5월 4일(한국 시간) 주주들만 참석하는 바자회에 이어 5일에는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Q&A 세션’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열립니다. 이번 주주총회는 찰리 멍거 부회장이 별세한 후 열리는 첫 행사여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투자도 인생도 버핏처럼》 《찰리 멍거 바이블》을 쓴 김재현 박사가 현지에서 1보를 보내왔습니다. 내일 열릴 본 행사인 ‘Q&A 세션’ 속보 등도 연이어 소개해드립니다. - 버핏클럽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하는 데 여간 꼬치꼬치 캐묻는 게 아니다. 입국 목적을 묻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에게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이며 워런 버핏을 보기 위해 왔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조지라는 이름의 20대 근무자는 워런 버핏이 누구냐고 되묻는다.

“세상에, 워런 버핏을 모를 수도 있구나.” 처음에는 내 발음이 나쁜가 보다 했지만, 버핏이 거대한 탁구채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사진을 보여줘도 모르는 걸 보니 조지는 ‘오마하의 현인’ 버핏을 모르는 게 맞다. ‘20대부터 버핏을 알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조지로부터 재빨리 여권을 건네받고 수하물 찾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거대한 탁구채를 든 워런 버핏(자료 사진)

오마하로 향하는 머나먼 여정

첫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내 구경을 하고 다음 날 피닉스를 경유해 오마하로 향할 계획이었다. 피닉스를 경유하게 된 것은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5월 초 샌프란시스코-오마하 왕복 항공권이 예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총 전날인 금요일 도착해서 주총 다음 날인 일요일 돌아오는 직항은 15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서, 금요일 일찍 도착해서 주총 날인 토요일 저녁에 돌아가는 항공권을 70만 원에 샀다. 미국 국내 항공권의 오마하 3일 일정(직항)이 대략 150만 원, 오마하 2일 일정(경유)이 70~90만 원대였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하게 피닉스로 가는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오마하로 향하는 연결 항공편을 놓쳤다. 미국까지 와서 오마하 당일 여행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피닉스에서 새벽 5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롯까지 갔다가 중서부의 오마하로 향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마침내 금요일 오후 오마하에 도착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항공편을 공짜로 하루 늦춰서 오마하에 3일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오마하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참고로 5월 초 버크셔 주총이 있는 주말은 4만 명이 넘는 주주가 오마하로 향하기 때문에 항공권이 상당히 비싸다. 가능한 한 일찍, 그리고 되도록 3일 일정으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온통 축제 분위기인 바자회 현장

주총 전날인 5월 3일(금) 오후 2시 40분경 오마하에 도착하자마자 우버를 불러, 바자회가 열리고 있는 CHI헬스센터로 향했다. 오마하에 내리자마자 공항 서점에는 워런 버핏에 관한 책이 여러 권 전시돼 있고 도시 전체가 온통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과 함께 축제 분위기다.

바자회에는 익히 듣던 대로 씨즈캔디,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가이코, 데어리퀸,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NFM), 넷젯 등 버크셔의 자회사가 총출동했다. 이날은 버크셔 자회사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버크셔 자회사들이 주주들에게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기회다.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은 단연 씨즈캔디였다. 올해는 작년 11월 말에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를 그리며, 고인이 좋아하던 피넛브리틀(캐러멜과 땅콩이 어우러진 바삭한 과자)을 앞세워서 홍보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1파운드 8온스(680g)짜리 대용량 제품을 멍거의 캐리커처로 꾸미고 32.4달러에 싸게 팔자 주주들이 앞다퉈 구매했다.

찰리 멍거의 캐리커처로 꾸민 1파운드 8온스(680g)짜리 대용량 피넛브리틀

데어리퀸은 아이스크림 바를 1달러로 할인 판매했고, 나도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보며 하나 샀다.

많은 인기를 누린 데어리퀸 매장

버크셔 해서웨이 기념 의류와 모자를 파는 매장도 인기였다. 기념으로 살 만한 의류 중 10달러짜리 티셔츠가 가장 좋아 보였는데, 워낙 인기를 끌었나 보다. 오후 늦게 가보니 3XL, 2XL 같은 큰 사이즈만 남아 있어서 살 수가 없었다. 한참 티셔츠를 뒤적이던 미국인 주주들도 “덩치 큰 사람을 위한 옷만 남았잖아!”라고 실망을 털어놓았다. 버크셔 기념 티셔츠를 사려면 정오에 바자회가 시작된 후 가능한 한 빨리 구매하는 게 낫겠다.

버크셔 해서웨이 기념 의류와 모자들

참가로 버크셔 주총뿐 아니라 바자회도 주총 입장권(크레덴셜)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다. 1주에 60만 달러가 넘는 버크셔 A주뿐 아니라 400달러 남짓인 B주를 보유하고 있어도 된다. 영문 잔고증명서와 여권 사본을 가지고 주총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CHI헬스센터의 윌콜(Will Call)을 방문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사전에 발급받고 싶다면 버크셔 관리지원팀의 Dev Ray(dcray@brka.com)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나도 부랴부랴 4월 초에 메일을 보내서 국제우편으로 요청했는데, 이틀 만에 보내주겠다는 회신을 받았고 4월 25일경 실물을 받았다. 우편 요금도 버크셔 부담으로 보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워런 버핏의 퇴근 장면을 목격하다

바자회가 끝나고 미리 예약한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놓고 나니 워런 버핏이 사는 저택이 걸어서 15분 거리라 길을 나섰다. “아, 오마하에 오니까 사진으로만 보아온 워런 버핏 저택도 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워런 버핏이 1958년 3만 1,500달러(약 4,300만 원)에 구입해서 지금까지 사는 2층 저택은 5505 파남스트리트(Farnam street)에 있다. 길을 가다 보니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명이 몰려 있다. 정말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아담해 보이는 2층 저택이다.

집 앞에는 보안요원 두 명이 서 있다. 사람들이 몰려서 저택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으면 옆으로 비켜 서라고 말할 뿐, 굳이 다른 쪽으로 가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24시간 버핏 저택에 상주하며, 항상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주총 기간에 사람들이 몰릴 때만 밖에서 서 있는다고 한다.

버핏 저택 앞에 서 있는 보안요원 두 명

버핏 저택에 한참을 서 있다가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차량 한 대가 부드럽게 진입로에 들어서고 사람들이 몰려간다. “버핏이다!” 얼떨결에 버핏의 퇴근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시간은 오후 6시 22분이었다. 버핏도 이제 고령이라서 운전을 안 하는지 운전석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고, 버핏이 뒷좌석 대신 조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마하에 오니까 워런 버핏이 퇴근하는 장면도 볼 수 있구나!”

버핏이 조수석에 탄 차가 버핏 저택으로 들어가는 모습. 버핏은 2014년에 장만한 4만 5,000달러짜리 캐딜락 XTS를 10년째 타고 있다.

내일은 드디어 버크셔 주총 현장으로 가보자.


# 오늘의 팁 3개

1. 오마하로 가는 미국 국내 항공권은 가능한 한 일찍, 되도록 3일 일정으로 예매한다.

2. 버크셔 기념 티셔츠는 바자회 시작과 동시에 구매하는 게 낫다. 늦게 가면 3XL밖에 안 남는다.

3. 주총 입장권을 빨리 받으려면 Dev Ray(dcray@brka.com)에게 메일을 보내 정중히 요청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