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버크셔 주총 참관기 2보] “찰리?” 무심코 멍거 찾은 버핏, 특유의 유머 여전

2024년 5월 5일(한국 시각)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작년 11월 말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를 기리는 30분짜리 영화로 시작했습니다. 멍거를 그리워하는 주주가 많음을 반영하듯 행사 내내 멍거가 언급되었습니다. Q&A 세션은 오전 9시 15분부터 정오까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약 5시간 진행되고, 1시간 쉰 후 공식 연례 주주총회가 이어졌습니다. Q&A 세션에서 주고받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은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드디어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5월 4일(현지 시각) 금요일이다. 전날 새벽 5시에 비행기를 타고 바쁜 하루를 보낸 여파로 이날도 새벽 6시에 간신히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 후 우버를 불렀다.

주총이 열리는 CHI헬스센터에 6시 50분이 되어서야 도착해보니 벌써 어마어마한 인파가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7시에 입장을 시작했고 2층 관람석 쪽에서 겨우 빈자리 하나를 찾았다. 보니까 일행의 자리를 여러 개 맡아놓는 경우도 많아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주총이 열리는 CHI헬스센터에 입장하는 주주들

오른쪽에 앉은 60대 미국인 주주한테 물어보니 5시 15분에 도착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오전 질의응답 세션이 끝나고 12시에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때를 기다리면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단다. 나도 점심시간 후 연단을 마주하는 1층 다섯 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1층으로 내려가서 분위기를 살피다 중국계 미국인 투자자인 리 루도 볼 수 있었다.

버크셔 주총에 입장해서 느낀 점 하나는 회사가 주주들을 배려한다는 사실이다. CHI헬스센터에 입장하면 무료 커피를 제공하고 아침으로 먹을 다양한 종류의 빵과 오렌지 주스, 콜라 등 음료수도 무료로 제공한다.

주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수

버크셔 주주들은 대개 평범한 미국인이며 오래된 주주가 많다. 옆자리의 60대 미국인 주주는 차로 2시간 걸리는 곳에서 왔다고 하는데, 10년 전에 버크셔 B주를 샀고 이번에 처음 버크셔 주총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왼쪽에 앉은 30대 주주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왔으며 4년 전에 버크셔 주식을 매수했다고 한다. 버크셔 주총도 이번이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참석이다.

버핏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기립해서 박수치는 주주들

이날 주주총회는 작년 11월 말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의 영상으로 꾸민 30분짜리 영화로 시작했다. 멍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음을 반영하듯 이날 주주총회 내내 멍거가 언급되었다.

2024 주주총회 '찰리 멍거 기념 영상' 중 2010년 주주총회 장면 (출처: CNBC TV)
2024 주주총회 '찰리 멍거 기념 영상'의 마지막 장면 (출처: CNBC TV)

워런 버핏의 옆은 그레그 에이블 비보험사업 부문 부회장과 아지트 자인 보험사업 부회장이 채웠지만 찰리 멍거의 빈자리는 컸다. 주총 도중 질문에 답변한 버핏이 옆에 앉은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자신도 모르게 “찰리?”라고 부르자 주주 4만여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할 기회를 얻은 한 소녀는 “만일 찰리와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얼 하고 싶은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2024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워런 버핏과 그레그 에이블 (출처: CNBC TV)

이날 주총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버핏의 절친으로 알려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도 보였다. 버크셔는 이날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서 애플 주식을 13% 줄여서 1분기 말 보유 지분이 1,354억 달러로 줄었다고 밝혔는데, 버핏은 앞쪽 좌석에 앉은 팀 쿡을 바라보면서 애플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고 주주들에게 강조했다.

버크셔가 1분기에 신규 주식 매수를 꺼리면서 현금성 자산은 작년 4분기 말 1,676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1,890억 달러로 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질문이 두 번이나 나오는 등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버핏은 “AI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면서도 AI는 핵무기급의 힘을 가진다면서 사기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버핏의 유머도 여전했다. 버핏은 Q&A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이 내년에 다시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한 후 “나 역시 내년에 올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주주 4만 명이 폭소를 터뜨린 건 물론이다.

아지트 자인 부회장 (출처: CNBC TV)

오후 3시에 Q&A 세션이 끝나고 나서 4시부터 진행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를 기다렸다. 버크셔는 간단한 실적 보고를 먼저 한 후 Q&A 세션을 오전 9시 15분부터 정오까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약 5시간 진행하고 1시간 쉰 후 다시 공식 연례 주주총회를 시작한다.

다시 자리를 옮겨서 첫 번째 줄에 앉았다. 그래도 버핏이 앉은 단상까지의 거리가 20미터는 되었기 때문에 버핏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살피기는 어려웠다. 공식 연례 주주총회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진행하고 버핏은 서류만 뒤적일 뿐 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약 40분간 진행된 공식 연례 주주총회가 끝나고 단상에 있는 버핏과 이사들이 빠져나가자 주주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2024년 5월 4일 자 〈오마하 월드-헤럴드〉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기념으로 오늘 자 오마하 신문을 한 부 사려고 했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신문 파는 곳이 안 보여 그냥 돌아왔다. 알고 보니 마침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오마하 유일 지역 신문인 〈오마하 월드-헤럴드〉의 기자 출신이다. 그에게 부탁해서 얻은 2024년 5월 4일 자 〈오마하 월드-헤럴드〉를 들춰 보니 주총 사진이 1면에 실렸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2024년 5월 4일 오마하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이날 Q&A 세션에서 주고받은 주요 질의응답 내용은 추후 소개한다.